첫사랑의 강 / 오세철
하얀 겨울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.
먼 산에 눈발이 날리면
열병처럼 돌아오는 그리움이 있습니다.
머리카락을 쓸어 올릴 만큼 바람이 불고 하얀 눈이 내리면 어떤 사람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생각 한다지만 난 피지도 못하고 꺾여 버린 첫사랑을 가슴 시리게 떠올리는 시간속에 겨울을 보냅니다. 까만 눈망을이 초롱초롱하던 그녀는 콧 끝이 얼어버릴 만큼 매서운 추위에도 빨간 장미와 하얀 안개꽃을 무척이나 좋아 했습니다. 그래서 그녀가 떠나간 1월 12일에는 빨간 장미 열 아홉 송이와 안개꽃 한 다발로 곱게 포장해서 그녀와 자주 갔던 소양강을 찾아가곤 합니다. 많은 세월이 흘러가도 난 아직 이렇게 그녀를 생각하는데 그녀는 지금 내 앞에 없습니다.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일찍 떠나려고 고운 미소와 애교스런 몸짓을 내게 선물 했나보니다. 지금은 먼 하늘나라에서 내 모습과 빨간 장미와 안개꽃을 보면서 행복해 하겠지요. 그녀가 떠나간 지금 그녀와 만남이 나의 첫 사랑이며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의 흔적입니다.
사랑한다 말 한마디 못하고 떠나보낸 내 가슴엔
사계절 내내 눈이 내립니다.